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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불편한 편의점1

ch5rong 2023. 10. 8. 18:14
  • 무엇보다 염 여사는 모태 신앙으로 생애 전부를 크리스천으로 살아왔고, 먼저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보여준 노숙자 사내에게 자신 역시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고 싶었다
  • 이럴 때 유일하게 도울 수 있는 엄마인 나는,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서울역 노숙자의 끼니는 걱정하면서, 집 나가 술 취해 허덕이고 있는 아들은 왜 못 챙기는 걸까?
  • 시현 : 손님을 귀하게 대하지 않는 가게와 직원을 귀하게 대하지 않는 사장은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 그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 일이 보람 있다는 걸 체험했고, 자기에게 그럴 능력이 숨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 독고: 배우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배려한다고 느꼈거든요.”
  • 사장님 : “서운하고 서러워야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지. 나가서 다른 곳 가봐야 여기가 그립지. 그리워야 고마움도 더해지고, 안 그러냐?”
  • 선숙씨 : 변하지 않는 실망을 주어 이해할 수 없게 만든 두 사람과 달리 이번엔 변신에 가까운 변화를 보여 이해할 수 없게 만든 경우였다. 독고씨를 신뢰
  • 독고씨 : “아들 말을 먼저…… 들어보세요. 지금 보니까 아들이 마, 말을 안 듣는다고만 하는데…… 선숙 씨도 아들 말을…… 안 듣는 거 같아요.” “지금 내 말은 잘 들으시는데…… 아들 말도 들어봐요. 왜…… 회사를 그만뒀는지…… 왜 주식을 했는지…… 왜 영화를 했는지…… 그런 거 말이에요.” “다시 물어봐요. 왜…… 그만둔 건지. 뭐…… 힘들었는지. 아줌마 아들만이 알잖아요. 아줌마도 아들 일이니까…… 알아야 하고요.”
  • “들어줬다가는 진짜 그만둘까 봐 윽박지른 거예요. 왜 그만두냐고 물어도 말을 흐리길래 어떻게든 버티라고만 했어요. 근데 그러니까 그냥 질러버리더라고. 지 아빠가 갑자기 가출하던 것처럼 그렇게 말이야.”
  • “겁나셨구나. 아들이…… 아버지처럼 될까 봐.”
  • “들어주면 풀려요.”
  • 언제나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만 바랐지, 모범생으로 잘 지내던 아들이 어떤 고민과 곤란함으로 어머니가 깔아놓은 궤도에서 이탈했는지는 듣지 않았다. 언제나 아들의 탈선에 대해 따지기 바빴고, 그 이유 따위는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 “근데 김밥만 주면…… 안 돼요. 편지…… 같이 줘요.”
  • 경만 : 새해가 되어 나이를 먹을수록 그의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모두 다 회사에서의 굴욕과 집에서의 소외감 때문이다. 회사와 거래처에서 받는 자존감의 상처는 차라리 퇴사하면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집에서의 존재감 없음은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경만에게 “부모라서…… 힘드시죠?
  •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 희수쌤 : 정 작가도 비울 건 비우고 작품 생각하며 시간 보내요. 생각 없이 쓰면 타이핑이지 집필이 아니잖아요.”
  •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 깨진 창문 이론이란 게 있어요. 동네에 깨진 창문을 방치하면 절도와 범죄가 증가한다는 이론인데, 이렇게 가게를 방치하면 그런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는 거라고요.
  • 독고씨에게 할머니들 : 기억조차 희미한 모성의 기운을 그들을 통해 느끼며 내 몸의 온도가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나 역시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깨우치게 된 단어다. 내 삶은 대체로 일방통행이었다.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고, 남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이 우선이었으며,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내치면 그만이었다.
  • 성별부터 사고방식, 세대 차이는 기본이고 식성과 취향까지 달랐다.
  • 애당초 보호막을 치게 만든 것도 나였고 나중에 아내가 애써 만든 기회를 발로 찬 것도 나였다.
  • 시간이 지나 고통 속에서 기억을 잃고 겨우 세상에 눈을 뜨고 나서야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연민의 시선을 가질 수 있었으며,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법을 깨우치기 시작했다.
  • 아주 사적인 퇴사 사유를 그녀는 묵묵히 들어주었고, 궁금증이 풀린 것만으로도 나를 이해해주었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 “하지만…… 사람은 그런 게 아냐. 사람은…… 연결돼 있어. 너가 그렇게 따로 떼어내…… 함부로 처리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 “여러분 이 채널 이름이 편편채널이지만 사실 편의점 일은 힘듭니다.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손님이 편하려면 직원은 불편해야 하고요. 불편하고 힘들어야 서비스 받는 사람은 편하지요. 저는 이걸 깨닫는 데에만 1년이 걸렸어요. 여러분도 짧은 알바 기간일지라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하세요. 저는 그런 불편한 여러분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상 오늘의 편편채널이었어요.”
  •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불쑥 내뱉은 말이지만 그에게 답이 되었다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내게도 답이 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감히 손님이라도 될 수 있을까?
  •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 “그거 알아? 동네 사람들이 원래 우리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불렀어.”
    “알고…… 계셨군요.”
    “그럼. 진열해놓은 물건 종류도 적고 이벤트도 다른 데 비하면 없는 편이고. 동네 구멍가게처럼 흥정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불편했다더라고.”
    “불편한…… 편의점…….”
    “자네 오고 그나마 편해졌지. 손님들도, 나도. 근데 이제 다시 불편해질 거 같아.”
  •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