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 마음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해요
당신 지금 울고 있어요?
나 때문에 울게 하기 싫었는데
당신 슬퍼하는 모습 보기 싫은데
행복하게만 해주고 싶었는데
내가 결국 당신 마음 아프게 하네요.
철수씨, 사랑하는 철수씨
제발 오해하지 마세요.
난 당신만을 사랑해요
당신만을 생각해요
당신만을 기억해요
할말이 너무 많은데
내맘 다 보여주고싶은데
기억이 남아있는 이 짧은시간동안
어떻게 내맘을 전할 수 있을까
마음이 급해요
나 김수진은
당신 최철수만을 사랑합니다
이것만 잊고 싶지 않은데
잊으면 안되는데
당신도 내맘알고있죠?
당신도 내맘 느끼고 있죠?
기억이 또 사라질까봐 두려워요
내맘 다 얘기 하고 싶은데
다 보여주고 싶은데
사랑해요.
미안해요.
건망증 때문에 당신을 만났고
바로 그 건망증 때문에 당신을 떠났어요
당신을 만난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당신은 하늘이 내게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에요
나는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냥 나한테 스며들었어요.
나는 당신처럼 웃고
당신처럼 울고
당신 냄새를 풍겨요
당신을 잊을 순 있겠지만
내몸에서 당신을 몰아낼 순 없어요
한번도 날 사랑한다고 말한적이 없지만
난 알아요. 당신도 나를 사랑한다는 걸
그러니 내가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내 멋대로 하는걸 용서해줘요
#2
용서는 있잖아
힘든게 아니야
용서는 마음속에 방한칸만 내주면 되는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
진짜 목수는 자기 마음의 집을 잘 짓는 사람이래
근데 자기는 그 소중한 마음의 집을 그렇게 미워하는 엄마한테
안방 부엌방 다 내주고
정작 자기 자신은 집밖에서 덜덜 떨고 있잖아.
그래. 용서가 힘들다는거 나도 알아
그치만 우리 아빠는 그 말씀 잊지 않으시고
유부남과 도망칠뻔한 창피한 딸을 용서하셨고,
우리 결혼도 그렇게 쉽게 허락하셨던거야
왠지 알아?
용서란 미움에게 방한칸만 내주면 되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