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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당신이 옳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ch5rong 2025. 1. 24. 16:52
  • 읽는 책이 아니라 행하는 책이다. 심폐소생술(CPR)은 내용보다 내용을 정확하게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한다
  • 도움이 되지 않는 도움의 실체는 무엇인가. ‘도움이 되는 도움’은 왜 도움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는 도움’은 무엇 때문에 도움이 안 되는가.
  • 그들이 자기 상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까지는 매순간 진검 승부가 필요하다.
  •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적 시선과 태도다.
  • 나와 내 옆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소박한 심리학을 나는 ‘적정심리학’이라 이름 붙였다.

1장

  • 한참을 그렇게 지내다 보면 그것이 원래의 나였는지, 내가 만들어낸 하나의 상(像)인 건지 스스로도 혼돈스러워진다. 애초에 대중의 욕구와 취향에 맞춰 기획된 스타는 물론이고 출발선이 달랐던 스타들까지도 그런 의식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나는 나를 의심하고 추궁한다. 나는 진짜 나인 것인가?
  • 스타가 가장 완벽하게 빛나는 순간은 나를 너에게 완벽하게 맞추었을 때다. 내가 온전히 ‘너의 욕망 그 자체’일 때, 내가 ‘나’를 주장하지 않을 때, ‘나’가 사라졌을 때다. ‘
  •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 사람은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에게 끌린다. 사람이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거침없이 나를 표현할 때다. 모든 아기가 아름다운 것도 그 때문이다.
  • 계속적으로 ‘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나’의 욕구이고 ‘내 삶’이라고 합리화할 수 있어야 한다.
  •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노인도 그렇고 청년이나 아이들도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산소 같은 것이 있다.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인이 있어야 사람은 그 다음 발길을 어디로 옮길지 생각할 수 있다. 자기에 대해 안심해야 그 다음에 대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 ‘너는 옳다’고 해주면 A는 지금 집 밖을 배회하는 내가 참 잘하고 있구나라고 믿는 게 아니라 찌질하게 구는 나를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의 존재를 통해서 자기 존재에 대해 안심하게 된다. 산소가 희박한 순간에 고농축 산소를 들이켜는 것이다. 사람은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정서적인 존재다.
  •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 ‘너는 옳다’는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뛴 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일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저 사람은 지금 내가 산소가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시키는 인증 작업일 뿐이다.
  • A가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는 건 조언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서적인 내 편이 필요해서다.
    “부모님이 그랬으면 당연히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겠네.”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A는 그 밤의 분노와 억울함에서 순간적으로 빠져나올 힘을 얻는다. “배회할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말은 A를 계속 집 밖으로 나돌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틀린 게 아니구나. 내가 잘못된 게 아니구나. 내가 비정상이라서가 아니구나’ 안도하게 해서 그 다음 행보를 어떻게 할지 쉽게 결정하게 한다.
  • 밤거리를 배회하는 행동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마음이 정돈되는 순간 그 행동은 아침 이슬처럼 사라진다. 그 행동은 혼란한 마음의 2차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2장

  • 그전에 내게 필요한 도움이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것이 뭔지 분명해지면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구할지는 저절로 알게 된다
  •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엄마로부터 그때 아이의 느낌을 들었다.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와 손을 잡고 병원을 오고간 그 시간이 좋았다고, 병원 근처에서 엄마와 함께 먹었던 돈가스가 너무 맛있었다고. 병원 진료실에 함께 있을 때의 느낌을 아이가 엄마에게 전할 때 엄마의 마음에 그 말이 아기처럼 폭 안겼다.
  • 상담 교사나 엄마는 더 나은 전문가를 찾기보다 우선 아이를 만나야 한다. 아이의 존재 자체에 자신의 눈을 맞춰야 한다. 아이가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아이의 비명을 들었는데 왜 그에 대해 아이에게 한 번도 직접 묻지 않는가. 아이의 비명을 생생하게 들었는데 왜 아이만 빼놓고 주변만 분주한가. 변죽만 울린다는 건 그런 것이다.
  • 아이의 고통을 알게 된 순간 전문가를 검색하기 전 엄마가 할 일은 아이에게 먼저 묻는 것이다.
  • 동네에서 함께 걷다가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신고를 하기 전에 내가 아이라면 어디로 시선이 끌렸을까 생각하며 아이가 갈 만한 주변부터 뒤져야 한다. 그게 아이를 찾는 가장 빠른 길이다.
  • 어떤 것을 묻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죽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는데도 그 고통이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외면되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 산후우울증은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육아로 인한 피로·수면장애·스트레스 등 생활상의 변화와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 우울과 무력감은 그 마음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해 주는 거울이다.
  • 내가 누구인지, 그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그간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처음으로 감각한다. 절름발이 같은 도구적 삶에서 벗어나 드디어 ‘나’와 만난다. 삶의 축복이다.
    이 과정의 심리적 발판이 무력감과 우울이라는 감정이다. 그 감정을 도움판으로 해서 깨달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감정들은 삶의 나침반이다. 약으로 함부로 없앨 하찮은 것이 아니다. 약으로 무조건 눌러버리면 내 삶의 나침반과 등대도 함께 사라진다. 감정은 내 존재의 핵이다
  • 내 느낌이나 감정은 내 존재로 들어가는 문이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진솔한 자기 존재를 만날 수 있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자기 존재에 더 밀착할 수 있다. 느낌에 민감해지면 액세서리나 스펙 차원의 ‘나’가 아니라 존재 차원의 ‘나’를 더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나’가 또렷해져야 그 다음부터 비로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충조평판은 고통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서 고통은 제거하고 상황만 인식할 때 나오는 말이다.
  • 스스로도 고통 속에 있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충조평판의 잣대를 들이밀며 다그친다. 내가 너에게, 나도 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다.
  •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
  • 말이 아니라 내 고통을 공감하는 존재가 치유의 핵심


3장

  • 현장 치유자로서 내가 가진 결정적 무기를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공감이다.
  • 공감은 돌처럼 꿈쩍 않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 공감은 상대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깊은 감정도 함께 자극되는 일이다. 상대에게 공감하다가 예기치 않게 지난 시절의 내 상처를 마주하는 기회를 만나는 과정이다. 이렇듯 상대에게 공감하는 도중에 내 존재의 한 조각이 자극받으면 상대에게 공감하는 일보다 내 상처에 먼저 집중하고 주목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따스하게 물어줘야 한다.
    언제나 나를 놓쳐선 안 된다. 언제나 내가 먼저다. 그게 공감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다.
  • 의무가 되면 결국 내가 먼저 나가떨어진다.
  • 자세히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공감할 수 있다.
  •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은 “내가 자세히 몰라서 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봐 물어보는 건데……” 하는 단서를 달고 상대방의 상황, 마음에 대해 어떤 것이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된다.
  •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식이 요법이나 운동하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알아도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워서다.
  • 공감은 그저 들어주는 것,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듣는 일이다. 정확하게라는 말은 대화의 과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공감에는 과녁이 있다. 과녁에서 멀어지는 대화는 지리멸렬해진다.
  • 논쟁과 설득으로 사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서 토론이나 논쟁은 오히려 상대방이 자기 마음을 더 강하게 닫게 만들 뿐이다.
  • ‘아, 그때 내 마음이 그랬었구나. 그래서 그 사람에게 그런 말이 나왔던 거구나. 내가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던 거구나.’
    그렇게 자신과 자기 상황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을 때까지 묻고 공감하고 또 묻고 다시 공감해 주는 일을 반복해 주는 것이 옆에 있는 공감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자신을 또렷하게 볼 수 있을 때까지 곁에 함께 있으면서 주저앉으려 하면 함께 주저앉아 있어주고, 그 과정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등 엉뚱하게 해석하면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다시 묻고 들어주고 또 그 마음을 공감해 주면서 함께 가는 사람이 공감자다.
  • 사람 마음은 외부에서 이식된 답으로는 절대 정돈되지 않는다. 답은 밖에서 오지 않고 언제나 내 안에서 발견돼야 내게 스미고 적용된다. 자기가 처한 상황의 실체, 자기 마음의 실체를 하나하나 또렷이 보고 느끼면서 자기 상황에 대한 심리적 조망권을 확보해야만 마음이 정돈되기 시작한다. 온몸, 온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진짜 아는 일이며 그렇게 알아야만 혼돈에서 벗어날 길이 보인다.
  •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공감자가 되기 위해선 그의 마음에 대해 ‘그’에게 물어야 한다. 돕는 자로서의 ‘내’ 견해를 말하거나 주장하기보다 ‘그’에게 주목하고 그의 마음에 대해 그에게 물어야 한다.
  • 공감은 보이지 않는 고비들을 계속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 아이의 마음을 알기 전에 이미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를 내린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알기 전까지는 그 상황의 전모를 파악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엄마는 미처 몰랐다.
  • 그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받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그 억울함에서 벗어난다.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4장

  • 사람 사이의 경계를 지킬 수 있으려면 경계를 인식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 나와 너의 관계에서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부터가 ‘너’인지 경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너를 공감해야 할 순간인지 내가 먼저 공감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알아야 너와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감을 할 수 있다. 경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공감에 대한 정확성이 높아진다.
  • 적응은 인간의 본능이다.
  • 모든 인간은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적응하는 독립적이고 개별적 존재다. 그 사실을 믿으면 함께 울며 고통을 나누면서도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갈 힘과 근원이 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들이 지닌 경계를 인식해야만 모두가 각각 위엄 있는 개별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 누군가에게 공감자가 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공감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감하는 일의 전제는 공감받는 일이다.
  • 공감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다.
  • “그래도 계속 만나야 하는 사이인데 그런 상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묻는다면 다시 말할 것이다. 질문이 잘못됐다. 상사를 상수로 놓고 나만 변수로 취급하는 불평등한 인식의 구도 안에서 내가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상사가 중심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 되는 질문으로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 내 삶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잘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일까.”

5장

  • 양자 모두가 이해받고 존중받으며 양자 모두가 부당한 대우나 불필요한 요구를 받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선, 어디에서 다정하고 어디에서 전사가 되어야 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딱히 가해자는 없는데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다정해야 할 데서는 전사로, 전사로 나서야 할 데서는 다정해서 얻게 되는 결과란, 백 퍼센트 아무도 원치 않는 결과다
  • 좋은 감정은 수용하지만 나쁜 감정이라 믿는 것은 없애거나 억누르려 한다
  • 불안을 느낀다면 ‘이러면 안 되는데’ 할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왜 그런 걸까?’ 곰곰이 나와 내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 불안 신호를 따라 ‘나’를 점검해 봐야 한다. 불안을 따라가다 보면 근원이 나오고 그러면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 좋은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내 감정은 항상 옳다.
  • 사랑 욕구가 일생 동안 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피폐해지지 않고 살 수 있다.
  • 내가 선택했어도 열 번 백 번 무를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바꿔도 되는 공인 횟수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그걸 인정해 줘야 한다. 바꿔도 된다는 충분한 인정을 받은 사람이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자기의 최종 선택지에 닿는다.
  • 옆에서 누가 채근하지 않아도 ‘내가 선택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나칠 만큼 하는 것이 사람이다. 누가 애써 일러주지 않아도 그런 식의 바르고 옳은 생각들은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자리 잡은 명제다. 옆에 있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공기처럼 강박적으로 스며드는 그런 생각들에 당사자가 휘둘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야 여유 있게 자신을 점검하고 숙고해서 판단한다. 그렇게 하는 판단이 그에게 가장 좋은 판단이다.
  • 그 일을 계속하든 당장 그만두든 결론은 중요하지 않다. 처음으로 그 질문과 관련해서 자신에게 집중 또 집중하는 것, 자기 마음의 구석구석을 거울로 비춰주는 것,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 곳이 있으면 플래시도 비춰가며 찬찬히 더듬어 보고 눈길도 포개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좋은 대답과 결정이 자신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주목하고 공감해 주는 과정 자체가 자신을 끝내 보호하는 것이다.
  • 더 담담하고 더 당당하고 더 안정적이다. 그녀를 감싸는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그녀의 궁금함이 “오늘 잘했니? 얼마나 보람된 일을 했니?”라는 질문에서 “넌 누구니? 지금 네 마음은 어떤 거니?”라는 질문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난 일일 것이다.
  • 타인을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공감까지 가는 길 굽이굽이마다 자신을 만나야 하는 숙제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은 문제를 해결하며 한고비 한고비 넘는 스무 고개 같은 길이다.
  • 사람에 대한 판단과 평가가 이미 내려졌으므로 그가 어떤 개별성을 가진 존재인지에 집중하는 일에는 당연히 소홀해진다.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집단 사고에 휘둘리면 어떤 사람도 제대로 만나지 못한다.
  • 내 마음, 내 느낌 등 고유하고 개별적인 존재로서 내 육성에 접근해 가는 것이 제대로 된 관계의 시작점이고 그게 바로 공감이다.
  • 나에게 그 허들이 무엇인지 민감하게 자각할 수 있으면 넘어갈 수 있다. 그 허들만 넘으면 공감은 닿을 수 없는 신기루가 아니라 길목마다 흐르는 현실의 옹달샘이 된다.

6장

  • 잘 모를 때는 아는 척 끄덕끄덕하지 말고 더 물어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 걸 수용하고 공감하려 애쓰는 건 공감에 대한 강박이지 공감이 아니다. 에너지 소모만 엄청나다. 그렇게 계속 버티기는 어렵다.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무슨 수로 공감하나.
  • 궁금해야 질문이 나온다. 궁금하려면 내가 내린 진단과 판단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의 틈이 있어야 한다.
  • 관계란 것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홀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 내가 전부가 아닌, 나도 있고 너도 있는 판이기 때문이다.
  • 공감은 내 생각, 내 마음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도 있다는 전제하에 시작한다. 상대방이 깊숙이 있는 자기 마음을 꺼내기 전엔 그의 생각과 마음을 나는 알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고 공감의 바탕이다
  • 공감은 똑같이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가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그럴 수 있겠다고 기꺼이 수용되고 이해되는 상태다.
  • 같은 감정을 느껴야만 공감이 아니다.
  • 다르게 느끼더라도 기꺼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
  • 모든 인간은 각각 개별적 존재, 모두가 서로 다른 유일한 존재들이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같은 감정을 갖지 않는다. 다르다. 그러므로 공감한다는 것은 네가 느끼는 것을 부정하거나 있을 수 없는 일, 비합리적인 일이라고 함부로 규정하지 않고 밀어내지 않는 것이다. 관심을 갖고 그의 속마음을 알 때까지 끝까지 집중해서 물어봐 주고 끝까지 이해하려는 태도 그 자체다. 그것이 공감적 태도다. 공감적 태도가 공감이다. 그 태도는 상대방을 안전하게 느끼게 하고 믿게 하고 자기 마음을 더 열게 만든다
  •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만날 수 없다. 자기 모습만을 무한 투사하며 불안해하게 된다. 이미 아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 된다. 내 상처 속에 매몰돼서다.
  • 타인을 공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을 공감하는 일이다. 자신이 공감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 남들은 몰라도 자기를 속일 방법은 없다.
  • 아이의 대답에 집중하고 궁금해하는 태도가 어떤 좋은 질문보다 더 좋다. 그 태도가 더 공감적이고 치유적이다.
  • 누군가의 마음은 타인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마음과 느낌은 충조평판의 대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의 고갱이다.
  •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듣고,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듣다 보면 사람도 상황도 스스로 전모를 드러낸다. 그랬구나. 그런데 그건 어떤 마음에서 그런 건데. 네 마음은 어땠는데? 핑퐁게임 하듯 주고받는 동안 둘의 마음이 서서히 주파수가 맞아간다.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공감 혹은 공명이다.
  •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땐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 비가 바람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 테니’.
    ?로버트 프로스트, 「쓰러져 있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