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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

ch5rong 2018. 4. 4. 22:21

나만 그런게 아니였어





그럴때 있으시죠? 나를 깊이 알게되면 아무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 것 같을때, 나조차도 싫은 내모습을 보면 모두가 떠나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들 때, 약한 모습을 들키면 모두에게 버림받을 것 같을때, 그런데 괜찮을걸요. 사람이니까. 느낌 아니까. 

- 2013.10.23. 트위터



살다보면 저는 그럴 때 있습니다.

괜히 무섭고, 괜히 불안하고, 괜히 초조하고.

또 '아이고, 이거 뭐하고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만 이런 건가?' '잘 살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 있습니다.


괜히 여러 사람한테 묻기도 그렇고,

막상 말하려고 하면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횡설수설 물어보면 분위기만 처지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입 다물고 있고,

그러니까 더 혼자인 것 같고.


혼자 있으면 무섭고,

함께 있으면 그것도 또 별로고,

사람이 징글징글하게 싫은데

또 사람이 징글징글하게 그립기도 하고,

무슨 감정인지 전혀 모르겠고,

그래서 더 불안하고 그럴 때 있습니다.

저만 그런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그럴 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에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

평소 인기가 많아 약속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친구의 한마디에

갑자기 내 외로움이 다 사라지던 신기한 순간.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그런 사람들끼리 마음을 나누고

또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라고 느끼기만 해도 

저는 마음이 좀 가벼워 질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군부대 옆에서 야구를 하다가 

담벼락 철조망에 잠자리가 앉아 있는 걸 봤습니다.


'아 가볍구나! 

가벼워서 저렇게 뾰족한 철조망 위에도 

앉아 있을 수 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고민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스스로 여기저기 찔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조금 가볍게 살아보자'


그냥 거기 있었을 뿐이지만

그 모습만으로 저에게 위로가 되었던 잠자리처럼,

험한 세상 위에 가볍게 앉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

우리도 그렇게 한번 살아봅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이 중요한지, 잘하는 일이 중요한지 고민이 됩니다."한 20대 청년이 제게 이렇게 물었어요.
우리 이런 고민 대부분 다 하잖아요. 제가 이 질문을 받고 혼자 웃었는데, 제 고민과 같아서 그랬습니다. 마흔이 넘어도 똑같은 고민을 해요.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구분하기가 쉽지 않죠, 
다만 세상의 모든 짐승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호구지책 정도는 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삼시 세끼 먹는 게 해결되면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나 자신에게 줘야해요.

제가 강의를 하다보면 목소리가 막 갈라질 때가 있어요. 
힘이 드는 거죠. 그래서 하기 싫을 때도 있는데, 하다보면 역시 즐거워요. 저를 보고 좋아하면서 웃어주니까요. 가끔은 저도 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저를 좋아해주시니 얼마나 좋아요. 감사하죠.
이렇게 하기 싫은 일도 하다보면 정이 붙기도 해요. 반대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하다보면 싫증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한 1년 정도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이런거 생각하지 말고 '아, 이거 한번 해보자' 해서 좋고 싫고를 떠나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를 수도 있어요. 그럴땐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런 휴식시간을 낭비라고 여기잖아요. 쉬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죠.

'이거 내가 이렇게 막 쉬고 놀아도 되나?'

하루 열심히 일하고 들어와서도 조금이라도 쉬면 뭔가 불안하고 무엇인가 자꾸 해야 할 것 같고, 쫓기는 느낌이 들고, 쉬어도 쉬는 게 아닌 것 같고, 이런 느낌이 들 때 있으시죠? 저는 그렇거든요. 집에서 TV를 보거나 소파에 누워서 뒹굴뒹굴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요. 뭐라도 해야 한다 싶어서 한자책을 펼쳐요. 그러다가 다시 TV를 봐요. 그래서 놀지도 못하고 공부도 못해요.


여러분 KBS 「동물의 왕국」 보신 적 있으시죠? 거기 보면 사자가 나오잖아요. 우리가 TV에서 보는 사자는 늘 초원을 뛰고 맹렬하게 달려들어서 사냥을 하는데요. 편집돼서 그렇지, 사자의 모습은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사실 사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면서 보내거든요. 쉬면서 놀면서 그렇게 보내죠.

초원의 왕 노릇을 하기 위해서 사자는 많이 쉬고 놀고 있는 거예요. 사자가 진짜 멋있는 이유는 초원에서 배를 깔고 누워서 뒹굴뒹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강하다는 거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은 쉴 수 있어야 하고, 마땅히 쉬어야 하고, 힘들 땐 스스로를 쉬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를 쉬게 해주고, 나를 위로할 줄 알고, 쉬는 나를 용납해 줄 수 있는 것, 저는 나 자신을 잘 보듬어 주고, 쉬는 순간에는 온전히 쉬어주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긴 시간을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우리에게 쉼을 허락해주는 것. 저는 그것만큼 더 소중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마음껏 쉬시고 마음껏 노세요. 그런다고 어디 잘못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쉬고 우리 조금만 더 놀아봅시다. 그러다보면 일도 더 잘하게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책] 그럴 때 있으시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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